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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앳된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초 한대 - 내 방에 품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의 생명인 심지 백옥 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살려 버린다. 그리고 책상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이 암흑이 창구멍으로 도망한 나의 방에 품긴 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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